청소년 상담

내 아이가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때

insight6473 2025. 4. 14. 10:27

부모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와 대처법

내 아이가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때

 

1.  "우리 아이가 왜 이러는 걸까요?"

 부모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신호와 대처법 "우리 아이가 왜 이러는 걸까요?"

평소에는 얌전하던 아이가 갑자기 친구 물건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일삼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는 당황스럽고, 심지어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아이의 행동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단순한 말썽이 아닌, 반사회적 행동(antisocial behavior) 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반사회적 행동이란?

 반사회적 행동이란, 사회의 규범이나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거나 해치는 행동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음
  • 도둑질 또는 사기
  • 폭력이나 신체적 공격
  • 동물 학대
  • 규칙 위반이나 학교 무단결석
  •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무시

이러한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되고,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는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왜 이런 행동을 할까? – 원인을 파헤치기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납니다. 몇 가지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가정환경

  • 부모의 학대방임
  • 반복적인 부부 갈등 또는 이혼
  • 일관성 없는 훈육 방식

2)  애착 문제

  • 안정적인 애착 형성이 어려웠던 유아기 경험
  • 부모와의 감정적 교류 부족

3)  정서 조절의 어려움

  •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함

4)  모델링 효과

  • 공격적인 친구나 폭력적인 미디어 콘텐츠에 장기간 노출

3-1. 뇌 발달의 관점에서 본 반사회적 행동 – 아이의 뇌는 아직 ‘완성 중’입니다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을 단순히 성격이나 의도적인 나쁜 행동으로 해석하기보다, 뇌 발달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감정 조절, 충동 억제, 공감 능력 등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아직 ‘공사 중’ 상태입니다.

1)  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고 판단하는 ‘브레이크’ 역할

뇌의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며, 사회적 규범을 판단하는 핵심 부위입니다. 하지만 이 전두엽은 만 25세 전후에 이르러야 완전히 발달합니다. 초등학생이나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아직 이 전두엽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순간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친구에게 장난감을 빼앗겼을 때, “이럴 땐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해”라고 이성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손찌검을 하거나 욕을 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것은 뇌가 아직 상황 판단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감정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2)  편도체는 감정의 ‘경보 시스템’ – 불안과 위협에 민감

또 다른 핵심 부위는 **편도체(Amygdala)**입니다. 편도체는 위협적인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분노, 불안, 공포 등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 편도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이일수록 사소한 자극에도 공격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잦은 부부 싸움, 부모의 무관심, 언어적 훈육이 반복되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긴장 상태에 머물게 되고, 이로 인해 편도체는 과활성화 상태가 됩니다. 결국 아이는 평범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도 위협을 느끼고, 방어적으로 또는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3)  공감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것

사회적으로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는 **공감(empathy)**입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죠. 뇌에서는 이 공감 능력을 **미러 뉴런(mirror neuron)**이라고 불리는 신경세포들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정 내 상호작용, 또래 관계, 감정 교육 등을 통해 훈련되고 발달합니다.

예컨대, 부모가 아이가 울 때 “왜 울어? 그건 네가 잘못한 거잖아”라고 감정을 억누르면, 아이는 감정 표현이 위험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반대로 “속상했구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그런 마음은 말로 표현해볼 수 있을까?”처럼 감정을 이해받는 경험이 누적되면, 아이는 점차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갑니다.

4)  스트레스 환경은 뇌 발달 자체를 저해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된 아이들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이는 전두엽 발달을 방해합니다. 즉, 감정을 조절할 뇌의 기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학대, 방임, 심리적 불안정,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등은 모두 아이의 뇌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4. 부모가 해야 할 일 – 감정적 반응보다 구조적인 개입

1)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 것

아이의 행동에 분노하거나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이 행동이 왜 나타났을까'라는 질문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아이를 비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2) 일관된 규칙과 훈육

  • 규칙을 명확하게 세우고, 지속적으로 적용합니다.
  • 벌은 감정이 아닌 행동에 대한 결과로 인식시켜야 합니다.

3) 감정 표현과 공감 능력 기르기

  • "네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처럼 질문을 던져보세요.
  • 아이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4) 적절한 도움 요청

  • 행동 문제가 심각하거나 지속될 경우, 아동·청소년 전문 상담이나 정신건강 클리닉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상담 사례 – 감정 뒤에 숨겨진 아이의 외침

사례: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 민수(가명)
민수는 친구의 연필을 자주 가져가고, 수업 중 짜증을 내며 교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버릇없다", "싸가지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상담을 통해 민수가 부모의 이혼 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주 양육자인 아버지로부터 ‘무관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상담과 훈육을 병행하며 민수는 감정을 글로 쓰기, 선생님과의 대화 연습 등을 통해 점차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행동 너머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아이의 반사회적 행동은 문제 그 자체보다,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행동 뒤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한 외로움, 분노, 상처가 숨어있습니다. 아이는 ‘좋은 아이’가 되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규칙 있는 사랑과 꾸준한 관심을 보일 때, 아이는 다시 건강한 사회성의 길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