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

우리 아이가 왕따래요 –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신호와 대처법

insight6473 2025. 4. 20. 10:27

 

우리 아이가 왕따래요 –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신호와 대처법

1. “엄마, 나 사실… 왕따야.”

 어느 날 아이가 이런 말을 꺼낸다면, 어떤 반응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누가 그랬어?”
“왜 이제 말해?”
“너도 뭔가 잘못했겠지?”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장면입니다.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왕따 같지는 않은데, 애들이 나만 빼고 놀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왕따란, 반드시 욕설이나 폭행 같은 물리적 행위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용히 무시하고, 모임에서 배제하고, 메신저에서만 따돌리는 방식은 오히려 더 은밀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왕따’라는 단어는 너무나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나 좀 도와줘”라는 아이의 절박한 외침이 숨겨져 있습니다.
부모가 그 목소리를 듣고,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2. 왕따의 유형 – 드러나지 않지만 깊게 베이는 상처

청소년 왕따는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행동만으로는 파악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① 신체적 따돌림

  • 밀치기, 때리기, 물건 숨기기 등
  • 가장 명확한 가시적 폭력이나 요즘은 감소 추세

② 언어적 따돌림

  • 비하, 조롱, 욕설, 별명 붙이기
  • 집단 안에서 한 명을 지속적으로 깎아내림

③ 관계적 따돌림

  • 무시, 배제, 초대하지 않기, 단톡방에서 제외
  • 친구 맺기 구조에서 반복적인 소외가 중심

④ 사이버 따돌림

  • 단톡방에서 집단 무시, 뒷담화 스샷 유포, 악성댓글
  • 피해자는 24시간 내내 심리적 위협에 노출

요즘 아이들은 말보다 ‘눈빛과 이모티콘’으로 따돌림을 합니다.
무대응, 무표정, 단톡방 침묵이 오히려 더 큰 심리적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3. 아이가 보내는 ‘왕따 신호’ 읽는 법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고통을 알립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복통을 호소한다
  • 말수가 급격히 줄고, 표정이 무기력하다
  • 혼잣말이나 자책 표현이 잦아진다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 친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거나, 단톡방을 확인하고 한숨 쉰다
  • 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집착하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 자해 흔적, 수면 패턴의 변화, 식욕 변화가 나타난다

 아이의 고통은 감정과 행동의 변화로 드러납니다.
 “요즘 이상하네?”라고 느꼈다면 이미 아이는 몇 번이나 신호를 보냈던 것일 수 있습니다.

4. 부모의 첫 반응이 회복의 방향을 좌우합니다

 상담 사례를 보면, 부모의 첫 반응이 아이의 회복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쁜 예시:

  • “너도 뭔가 잘못했겠지.”
  • “참아야지. 다 겪는 일이야.”
  • “선생님한테 말하지 마. 더 괴롭힘 당해.”

이런 반응은 아이에게 **“넌 혼자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좋은 예시:

  • “말해줘서 고마워. 얼마나 힘들었을까.”
  • “너는 잘못한 게 없어. 너 편이 되어줄게.”
  •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

아이의 말보다 감정에 먼저 반응하세요.
상처를 객관화하려 들기보다, 그 아픔이 진짜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5. 상담 사례 ① – “친구들이 나만 빼고 얘기해요”

사례 요약:
 초6 여학생. 반 분위기에서 소외감. 명확한 폭력은 없지만 단톡방에서 자주 제외됨.
“제가 말하면 다들 조용해져요.”

상담 접근:

  • 감정일기 작성
  • '또래 속 내 감정 지도 그리기' 활동
  • 역할극을 통한 감정표현 훈련

변화:

  •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 애들이 다르게 행동한 거였어요.”
  • 교내 또래 프로그램 참여 후 주도성 회복
  • 소외되더라도 스스로 관계를 주도할 수 있는 ‘자기 지지력’ 강화

6. 상담 사례 ② – 단톡방에서 조롱당한 중1 남학생

사례 요약:
 온라인 상에서 욕설, 모욕 반복.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짜고 장난.
학교에선 겉으로 티 안 나지만, 점점 무기력해지고 학업 거부.

부모 반응 초기 실수:

  • “그만 좀 신경 써. 그냥 나가.”
  • “왜 그 방에 계속 있어?”

상담 개입:

  • SNS 대화 내용 캡처, 학교 상담 요청
  • “나도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말 못 했어.”
  • 감정 해소 + 자기 방어 전략 학습

회복 포인트:

  • 부모가 먼저 “그건 명백한 잘못”이라고 인정
  • 아이가 자기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 조성

7.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 – 역할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왕따는 ‘가해자 vs 피해자’라는 이분법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합니다.

  • 어떤 아이는 A반에서 피해자였지만 B반에선 방관자
  • 때로는 장난인 줄 알고 가해자 편에 섰던 친구가 후회함
  • 피해자였던 아이가 분노를 풀기 위해 다른 아이를 따돌리기도 함

 따라서 아이의 과거 역할을 단정짓지 말고, 변화할 수 있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왕따는 ‘그 아이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 구조의 문제’입니다.

8.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7가지 대처법

  1. 감정에 먼저 반응하라.
    “왜?”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로 시작하세요.
  2. 가해자 부모와 직접 대면하지 마세요.
    감정이 격화되면 아이는 더 위축됩니다.
  3. 학교와 협력적 태도를 유지하세요.
    적극적인 협조 요청은 필요하지만, 책임 전가는 금물입니다.
  4. SNS, 단톡방 기록은 반드시 캡처 보관하세요.
    보이지 않는 따돌림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5. 아이와 일상적인 대화를 유지하세요.
    특별한 날만 얘기하려 하지 말고, 소소한 일상을 듣는 태도가 신뢰를 만듭니다.
  6. 정서 표현 훈련을 함께 하세요.
    감정카드, 감정 일기, 그림 표현 등으로 아이의 감정을 구체화하세요.
  7. “넌 잘못 없어”라는 말보다 “나는 너 편이야”가 더 위로됩니다.
    지지의 언어는 아이의 회복에 결정적인 힘이 됩니다.

9. 회복은 관계로 이루어진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강지연 박사는 말합니다.

 

“집단 따돌림을 겪은 아이는,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게 됩니다. 회복은 새로운 관계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회복의 3단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정서적 안전감 회복 – “나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감정
  2. 자기효능감 회복 – “나는 다시 친구를 만들 수 있어”
  3. 신뢰 기반의 관계 경험 – 새로운 친구, 취미활동, 대인 프로그램

10.  아이의 고백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엄마, 나 왕따야.”
이 말은 아이의 무너짐이 아니라 ‘도와줘’라는 구조 요청입니다.
그 외침에 부모가 응답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아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됩니다.

왕따는 결코 아이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너는 잘못하지 않았고, 나는 네 편이야.”
이 말을 건네는 것으로 회복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