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일 이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애가 무표정해졌어요.”
“전에는 웃고 떠들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눈을 잘 안 마주쳐요.”
“친구가 생겨도 다시 상처받을까 봐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 같아요.”
왕따를 겪은 뒤 아이가 변했다는 부모님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집단 따돌림은 단지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 자체를 무너뜨리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는 ‘나는 쓸모 없는 존재야’, ‘나 같은 애는 사랑받을 수 없어’라는 믿음이 자리 잡습니다.
이 믿음을 회복하지 않으면, 아이는 관계를 회피하거나 자기 억제 속에 갇히게 됩니다.
따라서 진정한 회복은 관계 회복 전에 자존감 회복이 먼저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아이의 내면을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심리학 기반의 접근과 상담 사례 중심의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2. 왕따가 자존감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
자존감이란?
자존감(self-esteem)은 ‘나는 소중한 존재다’라는 감정적 확신입니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바닥나면, 아이는
-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 실수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을 갖거나
- 새로운 관계 맺기를 피하게 됩니다.
왕따 이후 자존감 저하의 3단계
- 내가 문제야 – 피해 사실을 자기 탓으로 돌림
- 사람은 믿을 수 없어 – 또래, 부모, 교사에 대한 신뢰 붕괴
- 그래서 나는 혼자야 – 고립 선택, 심리적 단절
3. 우리 아이가 보내는 ‘자존감 저하’의 신호들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보입니다:
- "난 못 해"라는 말을 자주 함
- 칭찬을 받아도 “그냥 운이 좋았어요”라고 말함
- 거울을 피하거나 외모에 집착함
- 친구나 가족과 대화가 줄어듦
-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쳐 도전을 꺼림
- 쉬는 시간에도 혼자 있으려 함
- 그림, 글, 놀이 속에 '자기 비하적 표현'이 잦아짐
이러한 표현은 심리적 위축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 절하의 결과입니다.
단순한 기분 변화가 아니라 ‘자아 정체성 흔들림’의 증거로 봐야 합니다.
4. 상담 사례 ① – 스스로를 지우려 했던 중2 여학생
배경:
왕따를 당한 후 “그냥 조용히 지내는 게 편해요”라고 말하던 아이.
모든 발표를 거부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음.
상담과정:
- 감정일기 + 자기비난 언어 모니터링
- 자기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 안의 강점 찾기’
- 가족 구성원에게 편지 쓰기: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이유”
회복의 단서:
- “나는 없어져야 할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구나.”
- 이후 학급 발표 과제에서 자발적으로 손을 들고 의견 제시
5. 자존감을 회복하는 7가지 심리 전략
① 상처받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하기
감정은 말로 나올 때 해소됩니다.
“힘들었겠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
공감→표현→해소의 흐름이 아이를 치유합니다.
② ‘왜’보다 ‘그래서 어땠어?’라고 물어보기
“왜 그랬어?”는 분석이지만,
“그래서 마음이 어땠어?”는 감정에 집중하는 대화입니다.
이런 문장이 아이에게 감정의 주도권을 돌려줍니다.
③ 작은 성공을 경험하게 하기
- 발표 한 문장 읽기
- 그림 대회 응모
- 부모와 10분 독서 후 이야기 나누기
작은 도전 → 성취 → 자기 확신 강화
④ 스스로를 긍정할 수 있는 말 훈련
자존감 낮은 아이는 “나는 못 해”가 자동반응입니다.
- “나는 오늘도 해냈어”
- “나는 나름 괜찮은 아이야”
- “나는 실수해도 괜찮아”
매일 3줄씩 자기긍정문을 쓰는 것만으로도 뇌의 회로는 달라집니다.
⑤ 비교하지 않고 강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너도 좀 00처럼 해봐”가 아니라
“넌 진짜 꼼꼼해서 엄마가 늘 믿음이 가”
강점은 구체적 언어로 전달될 때 자기효능감을 자극합니다.
⑥ 자존감을 갉아먹는 환경을 줄이기
- SNS 사용 줄이기
- 감정적으로 휘두르는 친구와 거리두기
- 부모의 감정적 잔소리 줄이기
자존감은 스스로 높이는 것만큼이나, 부정적 자극을 줄이는 환경 조성도 중요합니다.
⑦ 자존감이 높았던 시기를 떠올리게 하기
사진, 글, 영상 등
“이때 네가 참 빛났어”
“이 날,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기억 속 자기를 다시 만나는 과정은 회복의 큰 동력이 됩니다.
6. 상담 사례 ② – “나는 없어도 되는 존재예요”
배경:
중1 남학생.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경험 후, “내가 있어도 아무도 몰라요.”
집에서도 말이 없고, 수업 시간 내내 숙여 있음.
상담과정:
- 종이 인형 만들기 활동: ‘내 마음 속 나’
- ‘말하지 않고 감정 표현하기’ 그림 도구 활용
- 가족과 1일 1감정 공유 챌린지
회복 포인트:
- 부모가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감정 동행자’가 되자
-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게 됨
- 이후 학교 독서토론 모임 자발적 참여
7. 부모가 할 수 있는 말 vs 피해야 할 말
아이가 “나는 못 해”라고 할 때 | “그럼 하지 마” |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엄마는 네가 시도해본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
아이가 침묵할 때 | “왜 말을 안 해?” |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릴게” |
친구가 싫다고 할 때 |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 “그 친구가 널 어떻게 힘들게 했는지 알려줄래?” |
8. 회복에는 시간이 아닌 ‘신뢰’가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상담 전문가 신은영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존감은 논리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 조건 없는 인정
- 감정에 대한 존중
- 회복을 기다려주는 시간
부모가 이 세 가지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내면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다시 일어납니다.
9. 회복을 돕는 일상 속 실천 예시
- 매일 “넌 오늘도 잘해냈어” 말해주기
- 일주일에 한 번 ‘아이만을 위한 시간’ 만들기
- 실수했을 때 “그래도 엄마는 네 편이야”라고 말해주기
- 아이의 노트에 몰래 짧은 격려 글 남기기
- 아이가 좋아하는 장점을 가족 모두가 말해주는 ‘칭찬 릴레이’ 해보기
이런 작은 실천들이 쌓이면, 아이는 다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믿게 됩니다.
10. 자존감은 다시 피어나는 감정입니다
왕따는 아이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자존감은 다시 자랄 수 있습니다.
상처 위에 진심 어린 공감과 기다림, 그리고 작은 성공이 차곡차곡 쌓이면
아이의 눈빛은 다시 반짝이고,
목소리는 힘을 얻고,
관계 속에서 웃음을 되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회복의 시작은,
바로 지금, 부모인 당신이 아이에게 건네는 “나는 네 편이야”라는 말 한마디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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