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

학교폭력, 그보다 더 깊은 상처 ‘따돌림’ -- 회복의 길

insight6473 2025. 4. 5. 04:50

 청소년기는 인간 발달의 중요한 전환점이며,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커지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겪는 사회적 경험은 자아정체감 형성은 물론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에 경험하게 되는 또래 집단 내 갈등과 괴롭힘, 특히 집단따돌림(왕따)은 청소년의 심리와 행동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을 통한 따돌림까지 더해지면서 그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은밀해지고 있다.

 

 집단따돌림의 정의와 유형

집단따돌림이란 또래 관계에서 한 개인이 다수의 학생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무시당하거나 배제되고 공격당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는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적, 정서적 괴롭힘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괴롭히는 학생이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거나 험담을 퍼뜨리는 언어적 공격, 소외시키거나 따돌리는 관계적 공격, 그리고 물리적 폭력까지 모두 포함된다. 청소년기에는 특히 집단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며, 가해자 한 명에 의해 시작되더라도 주변 학생들의 방관이나 동조가 집단따돌림을 공고히 한다.

이러한 따돌림은 간접적인 가해(예: 소문 퍼뜨리기, 따돌리기 등)와 직접적인 가해(예: 신체적 폭력, 욕설 등)로 나뉜다. 특히 간접적 가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가 알아채기 어렵고, 피해자 역시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하기 어려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2

 

사이버 따돌림의 확산

디지털 기기의 보급으로 인해 사이버 따돌림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사이버 따돌림은 문자,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거나 소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사이버상에서는 가해자가 익명성을 이용해 더 가혹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많으며, 피해자는 언제 어디서든 공격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따돌림 피해 학생들은 일반적인 따돌림 피해자에 비해 자살 시도율과 자해 경험이 더 높다고 한다.

 

 따돌림의 가해자와 피해자 특성

따돌림의 피해자는 보통 조용하고 내성적이며,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학생들인 경우가 많다. 부모의 무관심이나 가정 내 정서적 지지 부족, 빈곤 등의 가정환경 요인도 피해자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은 신체적 외모나 말투, 성격 등의 차이로 인해 공격의 대상이 되며, 또래 집단에서 쉽게 고립된다.

반면, 가해자는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공격하면서 일시적인 우월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가정 내에서 공격적인 모델링을 경험했거나, 또래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행위를 반복한다. 또한, ADHD, 품행장애 등의 행동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학교 내 체계적인 상담과 개입이 필요하다.

 

 따돌림의 영향

따돌림 피해 청소년은 불안, 우울, 대인기피, 자존감 저하 등의 심리적 문제를 경험하게 되며, 학업 성취도 저하, 결석 및 등교 거부 등의 행동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인관계 형성의 어려움, 자해 및 자살 시도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해자 역시 공격적인 행동이 강화되면서 비행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고, 성인기에도 반사회적 성향이 지속될 수 있다.

 

예방과 개입 방안

청소년 따돌림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학교, 가정, 지역사회 차원의 다중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는 또래관계와 집단문화 형성의 중심지이므로 예방교육과 상담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학교 내 규칙과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고, 또래 상담 프로그램이나 반배정 시 유의미한 개입을 통해 갈등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반편견 교육, 또래 조정자 활용 등도 효과적이다.

둘째,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와의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고, 자녀가 경험하는 또래 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녀의 정서적 변화나 대인관계 문제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지지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특히 자녀의 성격이나 기질을 고려한 양육 방식은 따돌림 피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 정부는 청소년 심리상담 인프라 확충과 캠페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과 부모, 교사 모두가 따돌림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이버 따돌림에 대응하는 법적 제도와 기술적 장치 마련도 필수적이다.

 

회복과 사후지도

따돌림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서는 심리적 치료와 더불어 자아존중감을 회복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예술 치료, 집단 상담, 사회성 기술 훈련 등의 개입은 또래와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해서도 처벌만이 아닌 재사회화를 위한 프로그램이 병행되어야 하며, 반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결론적으로, 청소년 따돌림 문제는 단순한 또래 간 갈등의 차원을 넘어선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피해자, 가해자 모두의 삶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기 발견과 예방, 회복을 위한 통합적 대응이 절실하다.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또래 관계를 맺고, 자아정체감을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상담 사례: 따돌림으로 인해 자존감이 무너진 중학생의 이야기

 중학교 2학년인 민지(가명)는 최근 학교에서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몇몇 친구들이 민지를 대놓고 무시하거나 단체 채팅방에서 민지를 제외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급식 시간에도 혼자 앉게 되고, 체육 시간에는 조 편성에서 계속 배제되는 등 학교생활이 점점 지옥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민지는 점점 말수가 줄고, 밤마다 혼자 울며 “내가 없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민지의 부모는 아이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지역 청소년 상담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상담 초기, 민지는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 비밀보장 하에 안정된 환경에서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차분히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사는 민지에게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자기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인지적 재구조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재미없어서 친구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 대신 ‘친구들과의 일시적인 갈등일 뿐이고, 나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을 유도했습니다.

또한 또래 관계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역할극, 의사소통 훈련, 감정 표현 연습 등을 병행하며, 민지가 다시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몇 달의 상담 후 민지는 “내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상황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하며 한결 편안한 얼굴로 교우관계를 다시 시도할 준비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상담사는 민지의 학교와도 협력하여 교내 또래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연계해주었습니다.


🧩 상담사례에서 알 수 있는 점

 이 사례는 청소년기의 따돌림이 단순한 관계 갈등이 아닌, 자아정체감과 정신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상담은 단순히 문제를 듣는 것을 넘어,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과정입니다. 특히 청소년 상담에서는 비판 없는 수용과 정서적 지지,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스스로의 회복력 강화가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