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

거짓말하는 우리 아이, 화 내지 마세요

insight6473 2025. 4. 7. 10:32

“엄마, 숙제 다 했어.”
“아니야, 나 진짜 안 먹었어.”
“오늘 학교에서 아무 일도 없었어.”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때, 부모는 혼란스러워집니다. 아이가 자꾸 거짓말을 한다면, ‘혹시 내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히 도덕적 결함이나 인성 문제로 단정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심리와 발달이 얽힌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심리적 배경, 연령에 따른 발달적 특성, 실제 상담 사례, 그리고 부모가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1. 아이의 거짓말, 모두 문제일까?

거짓말은 단순히 “나쁜 행동”이라기보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에서 시도하는 하나의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또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4~6세 아이는 아직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공룡이 왔었어”라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상상적 거짓말’입니다. 이 나이대에는 꾸며낸 이야기를 마치 사실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정서적 이상 행동이 아닌 정상적인 발달 과정입니다.


2.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히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동기와 상황이 거짓말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죠. 다음은 대표적인 원인들입니다:

✔ 1) 처벌 회피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숙제를 안 했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않는 이유는, 혼날까 봐 두려워서입니다. 이때 아이는 ‘정직’보다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합니다.

✔ 2) 관심을 끌기 위해

부모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이는 ‘거짓된 이야기’로 주목을 끌려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나만 혼냈어”라고 과장하는 아이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 3) 자기 이미지 보호

자존감이 낮거나 경쟁에서 열등감을 느끼는 아이는, 실제보다 잘난 척하거나 과장된 성공담을 말하곤 합니다. 이 역시 자신의 자존감을 방어하기 위한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 4) 반복 학습된 습관

거짓말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면, 이는 이미 하나의 습관이 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의 정직함을 매번 비난하거나 무시해왔을 경우, 아이는 솔직함보다 ‘거짓이 안전하다’는 방식으로 학습합니다.


3. 거짓말 유형별 접근

아이의 거짓말도 그 목적과 내용에 따라 유형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유형특징부모의 대처 포인트
상상적 거짓말 현실과 상상의 구분이 불분명한 유아기 거짓말 지나치게 교정하기보다 상상력을 존중하고 조심스레 설명
회피형 거짓말 실수나 잘못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 비난보다는 상황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태도
과장형 거짓말 주목 받기 위한 허풍이나 과장 관심욕구를 건전한 방식으로 표현할 기회를 제공
습관성 거짓말 반복적인 거짓말로 신뢰 관계 위축 원인을 찾고 상담이나 훈육을 병행해 접근

4. 상담실에서 만난 아이들: 실제 사례로 보는 이해

사례 1. 초등학교 3학년 민호(가명)의 이야기

민호는 최근 부모님께 자주 거짓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숙제를 했다고 했지만 노트는 깨끗했고, 친구와 싸웠다고 거짓말하며 결석한 날도 있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밝혀진 민호의 심리는 “엄마가 너무 화를 내서 무서웠어요.”였습니다. 민호는 혼날까 봐 사실을 말하지 못했고,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으로 거짓말을 선택했습니다.

치료적 접근: 민호의 부모는 아이가 솔직해졌을 때 꾸짖기보다는 “네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라는 반응을 보여주었고, 이후 민호의 거짓말 빈도는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사례 2. 중학교 1학년 지윤(가명)의 이야기

지윤은 학원에 가는 척하고 PC방에 갔다가 적발된 후, “친구가 억지로 끌고 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확인된 지윤의 속마음은 “엄마는 내가 실수하면 나쁜 애로 생각해요”였습니다. 지윤은 완벽함을 요구하는 부모 밑에서 실수나 욕구를 말하는 것이 금기시된 상황이었습니다.

치료적 접근: 지윤 부모에게는 자녀의 실수도 성장의 일부로 수용하는 ‘감정 코칭’이 도입되었고, 지윤 또한 거짓말보다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정직하게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5. 부모가 할 수 있는 현명한 대처법

✅ 1) 정직을 선택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 만들기

아이가 실수했을 때, 화를 내고 비난하는 대신 “사실대로 말해줘서 고마워”라는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거짓말보다는 솔직함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고 학습하게 됩니다.

 

사례: 초등학교 4학년 수아는 동생의 장난감을 고장 냈지만, “나 아니야, 동생이 그랬어”라고 거짓말했습니다. 평소에 부모가 실수에 대해 꾸중을 많이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엄마는 화를 내기보다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다만 솔직히 말해주는 게 더 중요해”라고 말해줬고, 수아는 울먹이며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이후 수아는 점점 더 솔직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아이가 솔직해졌을 때 화내지 않고 감정을 받아주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거짓보다 ‘정직’을 안전한 선택으로 여깁니다.

 

✅ 2) 아이의 말, 끝까지 들어주기

거짓말의 표면만 보고 단정 짓기보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를 생각해 보세요. 때로는 그 말 뒤에 감춰진 외로움, 두려움, 혹은 인정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례: 중학교 1학년 준서는 시험 점수를 숨기고 “아직 안 나왔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성적이 기대보다 낮아 실망할 부모 반응이 두려웠습니다.
아버지는 “거짓말 하지 말랬지!”라고 따지는 대신 “왜 그렇게 말했을까?”라고 차분히 물었고, 준서는 “아빠가 실망할까 봐 무서웠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성적보다는 과정과 노력에 대해 자주 대화하게 되었고, 준서도 점차 성적 관련 대화를 숨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 핵심 포인트: 거짓말 뒤의 감정을 공감하며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세가 아이의 방어를 낮추고 신뢰를 만듭니다.

 

 

✅ 3) 일관된 규칙과 신뢰 회복

 거짓말을 했을 때는 “사실이 아니구나, 우리 다시 이야기해보자”라는 식으로 일관되게 대응하며, 신뢰가 회복되는 과정을 보여줘야 합니다.

 

사례: 초등 5학년 지현이는 친구와 놀다가 귀가 시간을 지키지 못했는데, “학원 수업이 늦게 끝났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평소 부모가 그때그때 감정적으로 훈육하던 환경이었습니다.
부모는 이번에는 감정을 자제하고, “거짓말을 하면 우리가 걱정만 늘어나고, 더 많은 제약이 생겨.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약속을 다시 조정해볼 수 있어”라고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이후 귀가 시간을 부모와 함께 조율했고, 지현이도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부모의 반응은 아이가 ‘솔직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갖게 해줍니다.

 

 

✅ 4) 정직을 강화하는 긍정적

강화법아이가 솔직하게 말했을 때 칭찬하거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등 정직한 태도를 강화할 수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면 좋습니다.

 

사례: 초등 2학년 윤호는 실수로 책상에 물을 쏟았지만 곧바로 “내가 실수로 엎질렀어”라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정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다음엔 물은 뚜껑 닫고 놓자”라고 차분히 반응했고, 그날 저녁 윤호가 좋아하는 만화책을 함께 읽으며 보상을 해줬습니다.
이후 윤호는 작은 실수도 숨기지 않고 먼저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부모도 솔직함을 칭찬하는 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했습니다.

 

👉 핵심 포인트: 정직하게 말했을 때 생기는 긍정적인 경험이 아이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킵니다.

 

 


6. 전문가가 전하는 조언

청소년 상담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거짓말은 교정해야 할 행동이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외부의 위험이나 부모의 기대, 혹은 자기 보호 본능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훈육이나 비난은 오히려 거짓말을 더 조장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어른이 있다’고 느낄 때, 정직은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거짓말 이면의 진짜 메시지

 아이의 거짓말은 단지 잘못된 행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엄마, 나 좀 도와줘”, “아빠, 나 너무 무서웠어”라는 감정의 외침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행동보다 ‘그 행동이 왜 나타났는가’를 이해하려는 부모의 시선입니다.

정직을 가르치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솔직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주세요. 아이가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부모는 따뜻하고 일관된 태도로 기다려야 합니다.

거짓말을 탓하기보다,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바로 좋은 부모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