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결핍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부모, 성적이 낮았던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정서적 유산
부모가 자신의 과거 결핍을 인식하지 못하면, 그 그림자는 자녀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사랑받지 못한 부모, 성적이 낮았던 부모는 어떤 방식으로 자녀에게 영향을 줄까요? 이 글에서는 정신과 의사의 견해와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결핍의 대물림을 멈추는 방법을 함께 살펴봅니다.
부모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다
“사랑받지 못한 부모는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흔히 “결핍은 결핍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를 돌보는 역할을 넘어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작업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에게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했거나, 성적·사회적 성취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채 어른이 된 이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그 내면의 결핍은 종종 자녀 양육 과정에서 복잡한 방식으로 드러납니다.
아이의 심리적 건강과 자존감 형성은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부모가 채워지지 못한 마음의 공백을 안고 있다면, 그 영향은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이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부모, 성취에서 실패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심리학 이론, 정신과 전문의의 견해, 실제 상담 사례 등을 바탕으로 고찰하고자 합니다.
2. 결핍의 뿌리: 사랑받지 못한 부모의 내면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John Bowlby)는 “어린 시절의 애착 경험은 이후의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안정성을 느끼고, 감정적 교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한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을 주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을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서적으로 억제된 양육, 감정 표현의 미숙함,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 등은 아이에게 “나는 소중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하게 됩니다.
정신과 전문의 다니엘 시겔(Daniel Siegel)은 “부모가 자신의 과거를 통합하지 못하면, 그 과거는 아이를 통해 반복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랑받지 못했던 경험을 부모가 그대로 물려주는 ‘심리적 유산(psychological legacy)’의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3. 성적이 낮았던 부모의 보상심리: 아이에게 투사되는 실패의 기억
학창 시절 성적에 대한 열등감을 경험한 부모는 그 기억을 자녀에게 ‘투사(projection)’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못했지만, 너는 잘해야 해”, “나는 이렇게 힘들었지만, 너는 꼭 성공해야 해”라는 식의 기대는 자녀에게 과도한 부담이 됩니다.
이는 ‘부모의 미완의 과제’를 아이가 대신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집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는, 아이가 성적에 부담을 느끼고 우울하거나 반항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부모는 여전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넌 왜 못하냐”는 태도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성취 부족을 자식에게 투영할 때, 아이는 부모의 실패를 계속해서 대신 살아야 하는 감정적 희생자가 됩니다.”
4. 결핍 부모가 아이에게 끼치는 구체적 영향
1) 감정 조절 능력 부족
감정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며 성장한 부모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통제하려 합니다. 이로 인해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틀렸다’고 학습하게 되고,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합니다.
2) 자존감 저하와 정체감 혼란
아이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반대로 관심을 주지 않는 양육 방식은 아이의 자존감을 약화시키고, 자신에 대한 명확한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3) 과잉보호 또는 방임
사랑받지 못한 경험을 가진 부모는 아이를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아예 감정적 거리두기를 하기도 합니다. 양 극단의 양육은 모두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에 해를 끼칩니다.
5. 사례: 상담실에서 만난 ‘결핍의 대물림’
사례 1: 성적에 집착하는 어머니
중학교 2학년 남학생 A군은 최근 성적이 떨어진 이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밝혀진 것은, A군의 어머니 역시 학창 시절 성적에 대한 열등감이 매우 컸으며, 아이에게 “너만큼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을 텐데”라는 말을 자주 해 왔다는 것입니다. A군은 자신의 삶이 어머니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 되었고, 결국 성취를 ‘사랑받기 위한 조건’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사례 2: 감정 표현이 서툰 아버지
고등학생 B양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늘 무표정한 얼굴로 “힘든 티 내지 마”라고 말했고, B양은 자기 감정을 억누르며 자라왔습니다. 상담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아버지 역시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정서적 소외를 경험했으며, 감정을 표현하면 약해진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내면화한 경우였습니다.
6. 결핍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조건
1) 부모의 자기 이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부모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는 작업입니다. 상담을 통해, 또는 부모교육을 통해 “나는 어떤 부모였는가”를 돌아보고,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자각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2) 감정 코칭과 공감 능력 향상
하임 기너트(Haim Ginott)는 “아이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 부모 역할의 시작”이라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경험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3) 부모 자신의 치유 작업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다루어야 합니다. 심리상담, 치료적 글쓰기, 명상 등의 방법은 부모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핍의 고리를 끊는 3가지 핵심 실천 팁
- 자기 감정 일기 쓰기
매일 5분이라도 “오늘 내가 느낀 감정은 무엇인가”를 기록하면, 무의식의 감정 패턴을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예전엔 몰랐지만 이제는 알아”라는 말로 대화 시작하기
자녀와의 대화에서 변화 의지를 전달하는 좋은 문장입니다. 예: “예전엔 널 혼내기만 했는데, 이젠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 양육자 모임 또는 상담 참여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다른 부모들과의 대화는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가 되며, 대물림을 끊는 실질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7. 부모가 먼저 치유되어야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은 무겁지만, 동시에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결핍을 인식하고 변화하기 시작하면, 아이도 그 변화를 감지합니다. 우리가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로 이어질 대물림의 고리는 끊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부모 여러분, 혹시 당신도 “나는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감정을 아이에게 전달하기 전에, 당신 스스로를 먼저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그것이 진짜 부모됨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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