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의 감정조절과 인지적 오류
감정이 불안한 아이들, 그 뒤에 숨어 있는 생각을 이해하기
청소년기는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부모로서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짜증을 내고, 말 없이 방에 틀어박히거나,
"그냥 다 싫어요", "저는 없어도 될 것 같아요" 같은 말을 하면 당황스럽고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은 단순히 사춘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녀의 정서조절 능력과 인지적 사고방식이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서조절 능력이란 무엇인가요?
정서조절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통제하며,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청소년은 신경계가 미성숙하여,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가 나면 참지 못하고 말이나 행동으로 표출하거나,
작은 일에도 우울이나 짜증 같은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부모가 무조건 “왜 그렇게 예민하니”, “그 정도로 짜증낼 일이야?”라고 다그치면,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을 부정당했다고 느끼고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대신 “지금 많이 힘들었구나”, “무슨 일 있었어?”와 같은 공감의 표현이 아이의 마음을 열어줍니다.
정서조절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반복적인 경험과 훈련을 통해 길러집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환경,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 그리고 감정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감정이 아니라 ‘생각’이 문제일 수도 있어요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청소년은 종종 자신의 감정 뒤에 숨어 있는 ‘생각의 틀’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인지적 오류입니다.
인지적 오류란, 자신이나 상황을 왜곡되게 해석하는 경향으로,
특히 우울한 청소년에게 자주 나타나는 사고 방식입니다.
심리학자 베크(Beck)는 우울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생각의 틀을
**인지삼제(cognitive triad)**라고 정의했습니다.
-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나는 못났고, 별 가치 없는 사람이다.
- 세상에 대한 부정적 해석: 세상은 날 이해하지 못하고 늘 나를 공격한다.
- 미래에 대한 비관적 예측: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것이고, 나아질 일은 없다.
이러한 사고는 실제 현실과 무관하게 아이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느끼게 하고,
감정을 더 어둡게 만듭니다.
자주 보이는 인지적 오류의 예
- 흑백논리: “한 번 틀리면 난 다 틀린 거야.”
- 과잉 일반화: “한 번 실패했으니 나는 뭐든 못 해.”
- 감정적 추론: “기분이 나쁘니까 일이 잘못될 게 분명해.”
- 의미 왜곡: “친구가 한숨 쉰 건 나 때문일 거야.”
- 독심술: “쟤는 날 무시하고 있을 거야.”
이러한 오류는 사소한 일도 심각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점점 낮춥니다.
부모가 이 왜곡된 해석을 바로잡아주려 하기보다,
“그렇게 느낄 만큼 힘들었구나”라고 공감하고, 함께 생각을 재구성해보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상담 사례: “그냥 다 짜증 나요”
수업 후 상담을 요구한 중학생 지훈이는 “그냥 다 짜증 나요. 제발 말 걸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이 반응 뒤에는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내가 뭘 해도 소용없다’는 깊은 무기력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저는는 그 마음을 부정하거나 훈계하지 않고,
“그렇게 말할 만큼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먼저 감정을 공감했습니다.
이후 지훈이와 함께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는 과정을 통해,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한 게 꼭 날 싫어해서는 아닐 수도 있어”라고
사고를 바꿔보는 시도를 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이 바로 인지적 재구성, 즉 왜곡된 해석을 건강한 관점으로 바꾸는 훈련입니다.
감정조절은 훈련이 됩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 팁:
- “지금 어떤 기분이야?”
- “이럴 땐 어떻게 하고 싶어?”
- “그 감정을 말해줘서 고마워.”
- “조금 쉬었다 이야기해볼래?”
감정을 언어화하는 연습이 쌓이면,
폭발적인 반응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부모가 알아야 할 실천 포인트
- 감정 폭발은 ‘후회와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 혼내기보다 먼저 “힘들었지?”라고 말해주세요. - 아이의 부정적인 말에 반박보다 경청을 먼저.
→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겠구나.” - 혼자 있고 싶다고 할 때, 방치는 금물.
→ “네가 준비되면 말해줘. 엄마는 기다릴게.”라고 알려주세요.
우울한 청소년들이 이런 부정적 사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것은 우울한 청소년들이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 때문입니다.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란 우울한 청소년들이 생활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흔히 범하게 되는 논리적 잘못을 뜻합니다. 예컨대, 흑백논리적 또는 이분법적 오류, 과잉일반화의 오류, 의미화의 오류, 감정적 추리의 오류, 독심술적 오류, 예언자적 오류 등은 모두 인지적 오류에 속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많이 범하는 청소년일수록 편향된
인식의 틀, 즉 역기능적 인지도식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가중되어 우울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작은 조언
-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세요.
아이가 울거나 화를 낼 때, “너 왜 그러니?”보다 “말해줘서 고마워”라는 반응이 필요합니다. - 바로잡기보다는 들어주는 시간이 먼저입니다.
아이가 부정적인 말을 반복하더라도 반박하지 말고, “그렇게 느꼈구나”라고 말해주세요. - 생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말이 비합리적이라도, 인내심 있게 천천히 함께 해석해 나가야 합니다. - 혼자 있고 싶어 한다고 방치하지 마세요.
“언제든 네가 준비되면 말해줘. 나는 늘 네 곁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세요.
청소년기의 감정은 강하고 복잡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 뒤에는 어른이 되기 위한 치열한 내면의 움직임이 숨어 있습니다.
감정은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함께 건너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말 한마디가, 아이의 감정과 생각을 지탱하는 커다란 기둥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안고 하루를 버티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우리는 언제나 너를 지지하고 있어."
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말과 행동을 실천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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